속 타는 부동산, 냉수 좀 줘 |윤정웅교수[재테크칼럼]
부동산 전문가가 무슨 죄 있냐? “언제까지 부동산시장이 이럴 것이냐?”고 따지지 마시라. “언제쯤 팔릴 것이냐?”고 아무리 캐물어도 답을 드리기 어려움은 점쟁이 저 죽을 날 모르는 이치와 마찬가지리라. 필자가 그걸 다 안다면 이미 멍석을 깔았겠지.
설사 시장에 대한 예측을 갖고 있다 해도, 남의 귀중한 재산을 팔라, 팔지 말라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 그래서 빚을 줄이라는 글만 늘 쓰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빚 없는 사람이라야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방면에 오랜 경험을 쌓다보면 예감을 갖게 된다. 2-3년 전부터 그런 예감이 늘 스칠 때면 부동산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필자도 조심하라는 권고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 대면상담을 받았거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부동산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문제는 가계부채인데 집을 팔지 않고 갚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팔리지를 않으니 속이 터질 수밖에, 모두들 집은 사지 않고 전세나 월세로 사는 바람에 이제는 전세금이 매매대금이 돼버렸다. 결국 서민들은 대출만 내 몫이고, 손발이 닳도록 벌어서 이자내는 기계일 뿐이다.
집값은 내렸어도 재산세는 그대로다. 집 한 채 달랑 가지고 있으나, 이미 깡통신세로 전락한 주택과 재테크 한답시고 가지고 있는 오피스텔의 재산세는 가히 폭탄일 것이다. 오피스텔은 작아도 재산세는 엄청 비싸다. 재산세, 경기 좋을 때는 별 것 아닌 것 같았지만 요즘은 그것도 무거울 지경이다.
무리하게 집 여러 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의 어려움은 오죽할까? 빼도 박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신세, 열 받아 하루에도 열 번씩 핑 돌겠지. 날씨도 후덥지근한데 부동산까지 열 받다 보니 표준온도가 40도에 이르고 있다. 온도가 높으면 터지기 마련이다.
국정조사 증인채택으로 날마다 싸우지 말고 서민들 앞에 시원한 냉수 한 그릇 내놓으시면 어떠랴? 선거 때는 사이다라도 줄 것 같더니 사이다는커녕 맨 날 싸움만 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차후 절대로 속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다음 선거 때 또 속을 것이다.
와중에 우유를 원료로 한 커피나 빵 등 물가가 10%이상 오른다고 한다. 집값만 내리고 세상 모든 물가는 다 오르고 있다. 집 살만한 형편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해변이나 산속에 있고, 팔아야 할 사람들은 비지땀을 흘리며 덜렁거리는 선풍기와 싸우고 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도 하루에 40㎞를 걷고 있고,
미분양은 어떤가? 30% 할인은 기본이고, 잔금은 2년 후에 주면 된다. 전세로 살아본 후 나중에 사도되고, 어떤 건설사는 생활비도 준다니 그야말로 부동산시장은 잔뜩 눈에 쌓여 길이 없는 벌판이다. 눈밭에 꽉 찍혀있는 불경기라는 기러기 발자국은 언제 녹아 없어질까.
세상 모든 일에는 참는데 한계가 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꼭짓점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한계점에 와 있다. 유주택자들이 참는 일에도 분수가 있다. 임시변통일지라도 취득세 영구 인하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묘책을 빨리 내 놓으시라.
대책을 내놓으려거든 한 방일지라도 제발 크고 좋은 것으로 내놔야 할 것이다. 그동안 야금야금 대책 때문에 집 가진 사람들 행여나 하다가 결국 모두 거지 돼버렸다. 지금은 한 방이다. 동아시안 컵 축구대회에서 우리들은 한 방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뻑 하면 전세금 보조, 이젠 꺼내지도 마시라. 전세금 보조해 주면 같은 이자 낼 것이기에 그 누구도 집 사지 않을 것이다. 2-3억이 없어 집 사지 못한 사람과, 5-6억짜리 전셋집에 사는 사람을 구분하고 넘어가자. 그걸 잘 구분해야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다.
가끔 거래가 이뤄졌던 수도권외곽 토지나 시골 토지도 요즘은 한 숨 주무시느라 조용하다. 서울의 어느 4,300세대 뉴타운은 청약률이 0.35대1이라하니 세상에 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 입주분쟁이 가장 심한 영종은 지어놓은 아파트 바다로 밀어 넣을 수도 없으니 건설사나 수분양자나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지금은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부동산에 대해 떨어진 매력, 유독 우리나라만 헤어나지를 못하는 경기침체, 공급과잉 등으로 시장을 예측하기 어렵다. 산들 바람이 일어나고, 국화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9월 정기국회가 끝이 나는 추석을 지나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하기야 정기국회 열려봤자 지역구 챙기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고, 예산 쪼개기에 여념이 없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무리 나를 두들겨 패도 믿을 건 미운 서방밖에 없는데, 서방님~ 부동산시장 열 받아 터질 지경이요. 얼른 냉수 한 그릇 주시오.
21세기 부동산 힐링캠프(부동산 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